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클리블랜드 미술관 걸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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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중부의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클리블랜드 미술관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약 4만여 점의 우수한 미술품들을 소장한, 미국의 5대 미술관 중 하나다. 1913년에 설립된 이 미술관은 동양미술사학자였던 셔먼 리가 오랫동안 관장으로 있으면서 한국미술품들을 많이 수집한 결과, 2008년 재 개관 때는 한국전시실도 마련된다고 한다.

    • 이 클리블랜드 미술관이 소장한 유럽의 현대미술작품들이 이번에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1860년대에서부터 1960년대까지의 작품들을 포함한 이번 전시에서는 일반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그동안 인상주의의 전시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 전시는 아마도, 서양미술이 사실적인 미술에서 추상으로 넘어가게 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전시가 될 것이다. 현대미술 이전의 미술에서는 무엇보다도 주제가 중요했다. 작품의 주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든가 영웅들의 이야기들, 또는 신화, 성경, 문학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19세기 중반 이후 가속화된 유럽의 도시화와 근대화를 계기로, 예술가들은 급격하게 변화하던 당대의 삶과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모네, 르누아르 같은 인상파 화가들은 새롭게 발견한 광선의 색채 속에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 하지만, 혼합되지 않은 생생한 색채가 캔버스에 그대로 드러나는 이들의 작품은, 사실적인 아카데미 미술에 익숙해 있던 당시의 대중에게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심지어 어떤 신문에는, 임산부는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글까지 실릴 정도였다. 반 고흐, 고갱, 세잔의 작품들에서, 이 작가들이 어떻게 색채와 구성을 주관적으로 사용하였고, 또한 미술이 작가의 개성이나 상상력에 의해 어떻게 새롭게 지각되고 감각된 세계를 표현하게 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주로 화가로 알려진 드가의 조각을 비롯하여 벨기에의 민느, 그리고 이탈리아의 로소의 조각들 역시 우리나라에서 전시된 적이 없었던 작품들로 눈여겨볼 만하다.

      불행히도, 당시의 대중은 그들 대부분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다. 경제적인 고통 속에서 작업하다가 타히티에서 외로이 죽어간 고갱이나, 자신을 실패한 화가로 생각하고 남부 프랑스 엑스에서 생 빅토와르 산을 20여 년간이나 그렸던 세잔은 이제는 전설의 화가가 되었다.

    • 20세기 미술은 피카소와 마티스, 독일 표현주의, 그리고 초현실주의 작품들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형태를 사용하여 추상미술의 기반을 마련하였고, 이후 몬드리안 같은 화가는 순수하게 색채와 선, 형태만으로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완전한 추상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이러한 미술들로 인해 현대미술은 난해하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그 결과 미술가와 관람자의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지게 됐다. 하지만, 오늘날 인상주의는 관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전시 주제가 되었고, 피카소의 작품들은 옥션에서 최고가로 낙찰되곤 한다.

      이런 사실을 보면, 당대에는 이해받지 못하다가 후대에서야 인정받는 예술가의 신화가, 적어도 이 시기의 미술가들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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